성령의 열매 가운데 일곱째로 언급된 것은 [믿음]입니다. 믿음은 성령의 은사이기도 하고 성령의 열매이기도 합니다. 성도들이라면 누구나 크고 강한 믿음, 살아서 활동하는 믿음, 증거가 있고 열매를 맺는 그런 믿음을 지닌 사람들이 되고 싶을 것입니다. 산을 움직일만한 믿음, 죽은 자를 일으키고 병자를 고치는 믿음의 기도도 때로는 한번 해 보고 싶은 것이 소원일 것입니다.
복음서에 “믿음으로” 병이 낫고, 마귀가 물러나게 하는 등의 기사를 읽을 때면 우리도 믿음만 있으면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진실로 진실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나를 믿는 자는 내가 행하는 일을 할 것이요, 또 이보다 더 큰 일도 하리니 이는 내가 내 아버지께로 가기 때문이라.] (요14:12)고 하셨습니다. 주님을 믿으면 주님께서 행한 일을 할 뿐 아니라 더 큰 일도 한다는 말씀에 우리는 “과연 그런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주님은 믿는 자에게는 불가능이 없다(마17:20)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많은 성도들은 한계를 뛰어넘고, 초인이 되고자 하는 소원으로 믿음을 간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믿음을 크고 강하게 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얻고, 이루고 싶은 것을 다 이루는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수단으로 여기는 듯합니다. 오늘날 기독교회 내에 만연하는 기도 만능주의, 믿음 만능주의는 기도와 믿음을 자신의 성취와 출세와 성공의 수단이라고 가르치고 은연중에 그런 인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이는 극히 비성경적이고 반성경적인 일입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 믿음의 은사를 주시거나 믿음의 열매를 맺으시는 것은 성도들에게 "How to use the Lord"(하나님을 이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과학자들이 어떤 원리나 법칙을 활용하여 천연 자원이나 물질을 유용하게 사용하듯이 믿음을 통해 영적인 힘과 지혜를 유용하게 사용하려 하는 성도들이 있다면 그는 극히 실망하고 말 것입니다. 만약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더 많은 기도를 하고, 더 크고 강한 믿음을 소유하기를 원한다면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우리 안에 성령의 열매를 맺게 하시는 것은 모두 주님의 영광을 위한 것입니다.
믿음이란 우리가 하나님의 힘과 권능, 지혜와 명철, 권세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how)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를 자신의 뜻대로 사용하실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시는 것입니다. 이 점을 유념하셔야 합니다. 우리 안에 믿음이 있을 때 주님은 그 믿음을 근거로 말씀이 자유로운 행로(살후3:1)를 얻으시며, 성령께서 아버지 하나님의 뜻대로 일하실 수 있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믿음을 은사로 주시고, 열매로 맺게 하시는데는 하나님이 우리 안에서 뜻대로 일하시기 위함이란 점에 주목하십시오. 때로 성도들이 반대로 알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믿음”의 역할이나 능력이나 은사, 열매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성령은 우리 안에 믿음의 열매를 맺으심으로 믿음으로 살게 하시며(롬1:17), 믿음으로 걷게 하시고, 믿음으로 마귀를 대적하고, 믿음의 시련을 통해 연단되고, 믿음의 보상을 받게 하십니다. 믿음으로 악한 일을 견디라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육신과 세상과 마귀를 이기라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 한 분만을 영화롭게 하라는 것이 성령의 열매로서 맺히는 믿음입니다. 성령께서 믿음의 열매를 맺으시는 것은 우리 속에 믿음의 말씀, 믿음의 영을 통해서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믿음의 헌장’이라고 불리는 히브리서 11장을 볼 때, 그들의 삶이 초인의 삶을 산 자들의 육신이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산 사람들이 아니라 시련과 고난과 역경을 통과한 사람들이란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믿음의 삶이란 고난을 통과하는 삶입니다. 믿음의 삶이란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입니다. 믿음은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늘의 창고에서 마음대로 갖다 쓰는 마스터 키(key)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나를 마음대로 사용하시도록 마스터 키(key)를 넘겨 준 삶입니다.
“믿음으로!”란 말은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님의 뜻대로’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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